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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앞에서 네 계집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네 자루의 장검이 춤을 추듯 마구 휘둘러지면

서, 싸늘하고 매서운 검막(劍幕)을 새파랗게 펼쳐서 불의의 침입자의 앞을 가로막았다.시커먼

의복을 입은 사람은 시종 냉소를 금치 못했다.”흐흐흥! 계집종들의 주제에 감히 내 앞을 가로

막다니?”한줄기 시커먼 그림자가 무작정 그 삼엄한 검막을 헤치고 앞으로 돌진했다.그런데 정

말 괴상한 일이었다.시커먼 의복을 입은 사람이 네 계집종들의 신변 가까이 오기도 전에, 뭣인

지 눈에도 보이지 않는 억세고 모진 힘이 네 여자들의 다리를 휘청휘청하게 만들었다.계집종들

은 저마다 몸을 똑바로 가누지 못하고 비칠비칠하면서, 양편으로 갈라서서 길을 열어 주지 않

을 수 없었다.시커먼 의복을 입은 사람의 행동은 얼른 봐서는 아주 느린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지극히 빠른 것이었다. 네 계집종들이 양편으로 갈라서는 순간에, 그 시커먼 그림자는 마치 엷

은 연기와도 같이 치열한 결투를 계속하고 있는 세 사람의 사이를 한바퀴 소리도 없이 빙글

빙글 스쳐 나갔다.새빨간 옷을 입은 네 계집종들은 간신히 몸을 다시 가누고 섰다.그러나 눈

을 채 똑바로 뜨기도 전에, 저편에서”아아앗!”하는 천수관음 손추평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

왔다.그렇게 치열하던 싸움은 이미 완전히 중단되어 버린 것이다.네 계집종들이 앞을 똑바로

내다봤을 때에는, 그 시커먼 의복을 입은 사람은 이미 멀찍이 떨어져 있는 한 그루 굵직한 나

무 아래 태연히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오른손에 천수관음 손추평의 오색이 찬란한 허리띠를

움켜잡고, 왼손에는 서슬이 시퍼런 연비의 장검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두말할 것도 없이 시커먼

의복을 입은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두 사람들이 손에 잡고 있는 무기를 탈취해 버린 것이었다.

연비야 무술 실력이나 재간이 대단치도 않으니 말할 것도 없다지만, 천수관음 손추평같이 명성이

쟁쟁한 여자가 자기의 무기를 눈 깜짝할 사이에 빼앗겼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시커먼 의

복을 입은 사람의 실력이나 재간이란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

라운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물론, 대경 실색한 사람은 손추평 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연비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예봉 사마림 아가씨는 비록 손에 가지고 있는 무기가 없어서 아무 것도 빼앗

긴 것은 없다지만, 자기까지 비칠비칠하고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사람의 무

형적인 힘 앞에는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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