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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아가씨는 원망스럽다는 눈초리로 소세옥을 쳐다봤다. 한없이 처량하고 괴로운 심정을 억

지로 누르고 대답했다.”그래요. 꼭 오 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죠!”소세옥은 눈 귀퉁이로 무

영객의 얼굴을 흘겨 봤다.무영객은 조용히, 묵묵히 나무로 깎아 만든 사람처럼 우뚝 서 있을 뿐,

추호도 손을 써서 공격을 가하려는 기색을 발견할 수 없었다.무영객이 뭣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소세옥은 이 순간에 자운 아가씨에 게 대한 충동을 억제할 도리가 없었다. 천천히

다음 말을 했다.”아가씨가 아직도 소생을 알아봐 주셨으니‥‥ 그리고 이렇게까지 걱정을 해주셨

으니, 정말 감사하오!”자운 아가씨의 암담하고 괴롭고 서글픈 심정은 뭣이라고 형용해서 말할

수 없었다.몇 번이나 천신 만고를 무릅쓰고 이 청년을 찾아서 이곳 저곳을 헤매었던가? 또 몇

번이나 변장을 한 소세옥과 얼굴을 마주 대했었던가? 더군다나 일견사 허비의 독수에 걸려서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을 때, 소세옥은 자기를 구출해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로 소세옥의

얼굴을 확인하고 대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가깝던 두 사람의 사이가

매약화 아가씨와 소세옥의 사이에 비교하면 멀고 먼 거리가 가로막혀있는 것만 같이 생각되

었다.자운 아가씨는 눈자위가 불그스레해졌다. 자칫하면 눈물이 왈칵 복받쳐 오를 것만 같았

다.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나도 그대에게 감사해요! 그대는 봉명장에 있을 때 알뜰하게

나를 돌봐 주었고‥‥‥ 또 봉명장에서 잃어버렸던 귀중한 명주(明珠)을 찾아주었으니‥‥‥”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다시 계속했다.”물론 더욱 감사해야 할 일이 많지! 어느 날 밤엔가 내가 일견

사 허비의 단혼지(斷魂指) 밑에 목숨을 잃게 되었을 때, 그대가 구출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

놈의 독수(毒手)를 면치 못하고 벌써 세상을 떠난 사람이 될 뻔했으니‥‥‥‥”소세옥은 다소 놀

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 와서는 도저히 부인할 도리가 없었다.부끄럽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그걸‥‥‥ 그걸‥‥‥ 아가씨는 모두 아셨군요?””그럼, 나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

었어. 또 그대가 강주 아가씨와 우리 봉명장을 지나쳐 갔다는 사실두‥‥‥ 우리들이 어렸을 적

에 재미있게 놀던 옛날 집에 대해서‥‥‥ 그대는 그렇게도 아무런 미련도 느끼지 않았나? 어쩌

면 그렇게 매정스럽게‥‥‥‥””그건‥‥‥그건‥‥‥ 이 소세옥에게는 말못할 고충이 있었소.”자운 아

가씨는 처량한 표정을 하고 쓰디쓴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