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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내 말을 잘 들어 줘서 정말 고마워! 자. 어서 가자구! 이 누이가 그대를 업고 갈

데니‥‥‥‥”말을 마치자 손추평은 하야말쑥하고 매끄러운 두 팔을 쭉 뻗쳐서 연비를 등에

다 업었다. 그리고 바람과 같이 날쌔게 몸을 놀려 숲속을 떠나서 멀리멀리 몸을 날렸다.

연비는 손추평이 넓적한 관도(官道)로 나와서 어떤 사람의 집을 찾아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추평이 숲속에서 빠져 나온 뒤에야, 이 여자가 달리고있는 길이 얼마

전에 사마림 아가씨가 빠져 나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

었다.연비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이 여자가 나를 업고서 바로 얼마 전에 납치해 갔던

그 집으로 도로 가자는 수작일까?’손추평이 길을 달리는 속도는 비상히 빨랐다. 여자의

몸에서만 몰칵몰칵 풍겨 나는 사향(麝香) 냄새 같은 독특한 입김이 쉴 새 없이 연비의

코끝을 자극했다.그나 그뿐이랴! 손추평의 머리 뒤통수로 늘어진 칠흑같이 새카만 머리

털이 쉴 새없이 연비의 이마 위에서 바람에 나부꼈다. 그럴 적마다 왈칵왈칵 이상한 여

자의 체취가 풍겨 나서 차츰차츰 연비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전신의

혈액이 핑핑 돌아가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그리고 또‥‥‥‥ 또‥‥‥ 뭣이라 형언키 어려운

근질근질한 감촉‥‥‥퍼뜩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연비의 머리 속을 스쳐 나갔다. 내심

생각했다.’방금 먹은 그 환약에 딴 작용이 있는 게 아닐까?’참다못해서 연비는 손추평의

등에 업힌 채 불쑥 한 마디를 던졌다.”여보시오! 정 부인! 방금 나에게 먹여 준 환약은 정

말 상처를 치료하자는 해독제임에 틀림없는 것이오?”천수관음 손추평은 길을 달리며 천연

스럽게 대답했다.”바보 같은 친구! 의심도 어지간히 많군! 그럼 내가 그대에게 설마 독약이

라도 먹이기야 했을까!”연비는 내심 수상쩍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먹어서 뱃속으로 들어간

약을 해독제가 아니라고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암암리에 마음

을 진정시키며 이를 악물고 참았다.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실 만한 시간이 흘러 간 다음, 과연

연비의 추측과 틀림없이 손추평은 처음 그 집으로 되돌아왔다.새빨간 옷을 입은 네 계집종들

이 어느 틈엔지 먼저 달려와 있었다. 손추평이 연비를 업고 나타나는 것을 보자 계집종들은

일제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시시덕거리며 문밖으로 나와서 손추평을 영접해들였다.

연비를 방안에다 편안하게 자리잡게 하고 나서, 손추평은 더워서 어쩔 줄 모르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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