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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추평은 담담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점잖게 대답했다.”그 사람이 누구냐구? 그건 물을 필요

가 없어! 어쨌든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이야! 단지 장래에 있어서 나보다 살

아가는 데에 다소 유리한 점이 있다는 차이밖에 없지!”연비는 참다못해 냉소를 터뜨렸다.”흐흐

흥! 당신이 그런 시끄럽고 어수선한 환경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혼자서 뺑소니를 칠 것이지, 그

게 소생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일이란 말이오?”천수관음 손추평의 음성은 갑자기 변화를 일으

켰다. 애교가 똑똑 듣는 간드러진 음성으로 웃고 나서 말을 계속했다.”오호호! 호호호! 누가 우

리 두 사람을 만나게 했을까? 나 같은 여자를 누가 만나라고 그랬어? 그대가 나 같은 여자를

한 번 만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돼!”연비는 하도 기가 막혀서

어조로 소리를 질렀다.”무예계에 있어서 이렇게 도리에 어긋나는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천수관음 손추평은 털끝만큼도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교태를 부리며 연비의 얼굴을

쏘아보며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이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간단히 말해 치울 일이 아냐

! 이봐요! 젊은 친구!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연분이라는 게 뭔지 몰라? 누가 그대더러 이렇게

미끈하고 멋들어지게 생기라고 그랬어? 누가그대더러 한 번 본 여자의 가슴속을 설레게 만들

어 놓으라고 그랬어?”이 몇 마디 말에, 허여멀쑥하고 깨끗하게 생긴 연비의 얼굴은 시뻘개지

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 시뻘개진 청년의 준수한 얼굴은 손추평에게 더한층 참기 어려운

남성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연비는 내심 불길처럼 타오르는 격분을 참을 수 없었다. 준

엄한 음성으로 위엄 있게 호통을 쳤다.”그런 지저분하고 시시한 수작은 제발 그만두시오! 어서

돌아가시오!”손추평은 얼굴을 연비의 턱밑에다 들이대고 잡아 삼키려는 듯이연비의 얼굴을 노

려봤다.”만약에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응? 어쩔 테야?”연비는 더한층 언성을 높였다.”그때에

는 소생도 절대로 점잖게 대할 수는 없소!””애해해해! 해해해!”방정맞은 웃음소리가 손추평

입에서 하늘높이 퍼져 올라갔다.실컷 웃고 나서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가만가만히 하는 말.”그대

의 그 대단치도 않은 무술 실력이나 재간을 가지고 나를 점잖게 대하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거

지? 호호호! 내 솔직히 말하지! 만약에 내가 그대를 좋아하고 아끼지 않았다면, 그대에게 모가

지가 열 개 있었더라도 벌써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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