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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대들을 찾아다니던 참이었어! 역시 무슨 인연이 있었군! 나서자마자 곧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그렇잖아? 젊은 친구!”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손추평은 거슴츠레한 눈초리를

연방 이러저리 살살살살 굴리면서 연비에게 앙큼스런 추파를 던졌다.연비는 자기 자신이 어느 모

로 따져 보나 도저히 천수관음 손추평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막다른 골목에서 꽁무니를 비실비실 빼고 주저앉을 도리는 없었다. 남아 대장부의 체면

이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앞가슴을 떡 벌리고 앞으로 불쑥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우렁찬 음성

으로 호통을 쳤다.”적어도 봉명장의 정기봉 장주의 부인이시라는 분이, 그렇게까지 파렴치하고

지저분한 장난질을 쳐서 사람을 골탕 먹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소!””이봐요! 호호호! 호호‥

‥‥‥”손추평은 여전히 음탕하게 교태를 부리며 허리채를 한들한들, 간드러지게 웃었다.그리고

연비의 얼굴을 뚫어져라고 쏘아보며 거만스런 말투였다.”이봐! 젊은 친구! 그대까지 내게 욕설

을 퍼붓겠다는 건가? 이 누이는 어디까지나 진정과 진심을 가지고 대해 왔는데 ‥‥‥?”사마림

아가씨는 그따위 소리를 듣기에는 너무나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냉소를 터뜨리며

다부지게 쏴 붙여 주었다.”정기봉이란 인물이 천하에 위대한 위선자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소! 평생을 두고 가장 인의(仁義)를 생명같이 여기는 척 가면을 쓰고 사는 악질적인 인간!

그런 인간의 주변에서 우글우글 들끓고있는 존재들 역시 독사와 같이 악독하고 잔인한 위인

들일 수밖에, 선량하고 제대로 된 인간이 그따위 위선자의 주변에서 어정댈 까닭이 없지!”

천수관음 손추평은 청년 연비에게는 음탕하기 비길 데 없는 엉큼스런 추파를 보내며, 말소

도 정이 똑똑 들게 하면서도, 사마림에게 대해서는 전혀 딴판이었다.두 눈매가 별안간 샐쭉

해졌다. 매서운 눈초리로 사마림 아가씨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요런 발칙한 계집애가?

네년이 감히 누구를 욕하는 거냐?”예봉 사마림 아가씨가 뭐라고 대꾸를 하려는 순간에, 연

비가 훌쩍 먼저 몸을 날렸다. 아마, 방금 사마림 아가씨에게 손추평을 무서워한다고 꾸지

람을 들은 까닭에, 일부러 없는 용기를 내서 대담하게 두 여자 사이를 가로막고 선수를 쓰

려고 나서는 모양이었다.땅에 발을 붙이고 서기도 전에, 연비는 벌써 옷자락 속으로부터 한

자루의 장검(長劍)을 뽑아 들었다. 바람이 쌩쌩 일어나는 서슬이 시퍼런 칼날을 마구 휘두

르며, 곧장 손추평의 앞가슴을 찔러 버리려고 칼끝을 불쑥 뻗치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천수관음 손추평은 한쪽 눈도 깜짝하지 않고, 몸을 옆으로 약간 비스듬히 피했을

뿐, 가소롭다는 듯이 피시시 웃었다.”이봐! 내게다 손발을 대서 싸워 보자는 거야? 젊은

친구! 그런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짓은 삼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