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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붉은빛 봉황의 형상이 뚜렷이 드러났다.궁녀들의 뒤로는 역시 붉은빛으로 몸

치장을 가뜬히 한 네 명의 소녀가 따르고 있는데, 저마다 등에 장검(長劒)을 메고 있

었다.몸차림을 가뜬히 한 네 명의 소녀 뒤로는 미인이 하나 따라 나오고 있었다. 나이

는 삼십 전후, 겉엔 새빨간 바람받이 짧은 저고리를 곁들였으며, 안에 입은 옷도 전

부가 붉은빛이며 역시 가뜬한 몸차림이었다. 머리 위에서는 번쩍하고 한 마리의 붉

은 봉황의 형상이 유난히 눈에 띄며, 그야말로 봉목아미(鳳目蛾眉), 요염한 미모 가

운데도 점잖음을 간직했고, 얼음장같이 성격이 싸늘하고 깔끔해 보이는 아리따운 여

자였다.미인의 뒤를 보호하면서 따라오는 것은, 봉명이로(鳳鳴二老)중의 하나인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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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로라는 노인과 곤륜황승 두 사람이었다. 미인의 뒤를 따르는 또 한 사람 키가 지

독하게 큰 거인이 있었다. 그는 폭이 다섯 자나 되고 길이가 넉 자나 되는 비단 깃발

을 높이 쳐들고 걸어 나왔다. 붉은 바탕에, 아가리를 딱 벌리고 울려고 하는 금빛

봉황을 큼직하게 수놓은 이 깃발. 이것이야말로 봉명장의 주기(主旗)요, 그것은

곧 장주(莊主)가 친히 나타난다는 의사를 대표한 것이었다.키가 큰 거인의 옆으로는

하나의 홍의 소녀(紅衣少女)가 따로 따라 나왔다.소녀는 삼각형의 흰 깃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거기에도 한 마리의 봉황이 수놓아져 있었다.남기화흔이 싸늘한 눈초리로

그 광경을 흘겨 보더니, 약간 놀라는 듯 넌지시 말했다.”우리 장주는 외출하고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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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안에 없는 모양이군!”소면동기 손불이가 얌통머리 없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웃어대면서 대꾸했다.”주기(主旗) 아래, 첫째 금비녀 혼자서 걸어 나오는 걸 보면

장주가 봉명장 안에 없는 것이 분명하지 !”조객북기 한방이 그 괴상한 눈썹을 한

번 찡끗해서 치올리고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를 했다.”흥! 장주가 없으면

더욱 좋지! 장주는 평소에 그 두 늙은 귀신같은 것들과, 저 곤륜이니 워니 하는 무

르팍 대가리만 대단한 줄 알고 있으니 이번 일은 놈들 보구 해결해 보라지 ! 놈들

이 꼼짝도 못하게 됐을 때 우리들이 다시 손을 쓰기로 하지 !”복도를 걸어 나온

일행은 이미 봉명루 밑에까지 와 있었다.새빨간 옷차림을 가뜬히 한 절세 미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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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바로 봉명장 열두 금비녀 가운데서 제일 첫손에 꼽히는 여자다.사람들

은 이 미모의 여인을 천수관음(千手觀音) 손추평이라 일컬었다.손추평은 남다른 무

술의 탁월한 재간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특히 가지가지의 비밀 무기(秘密武器)를

쓰는 데에 특출한 솜씨를 가진 여자였다.손발을 한 번 쓰기만 하면 그 비밀 무기는 백

발백중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었다. 또 동시에 여러 가지 비밀 무기를 재치 있게

사용할 줄 아는 재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