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릇 같은 음침맞은 음성으로 또 한바탕 냉소를 터뜨렸다.”헤헤헤‥‥‥ 헤헤‥‥‥ 흥! 말 새끼야

! 짐승 새끼야! 여기까지 끌려 들어와서도 겁이 나지 않고 무서운 줄도 모른단 말이냐?

냉큼 꿇어앉지 못할까?”소년 마생은 여전히 목석처럼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귓전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얼굴에서도 어떤 표정의 변화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활수검 정여룡이 또 한 번 징글맞은 냉소를 터뜨렸다.”으흐흐흥! 평소때는 굽실굽실 절

쩔매는 놈이 오늘은 제법 영웅호걸이 되었구나! 아, 그래! 이 짐승새끼야! 네놈이 떡 버

티고 섰기만 하면 이 봉명장의 서방님하고 뭣을 따져 볼 자격이라도 생긴다는 거냐?”

정여룡은 말을 마치더니 더한층 무시무시한 표정을 하고 두 눈을 딱 부릅떴다.양편으

로 갈라 서 있는 형당사호란 놈들에게 호통을 쳤다.”저 짐승 새끼를 냉큼 꿇어앉히지

못할까?”형당사호 가운데서 두목격인 허성이란 놈이 불쑥 앞으로 나섰다. 발길을 높이

쳐들어 가지고 소년 마생의 넓적다리를 힘껏 내질렀다. 마생은 비록 두 팔이 꽁꽁 묶

있다고는 하지만, 몸을 슬쩍 돌려서 발길질을 피하려 들면 그다지 어려운 노릇은 아니

었다.그러나 어차피 이 지경에 이른 바에야, 도저히 요행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고, 놈들

에게 반항을 하다간 죄 없는 유모에게까지 억울한 누가 미치리라는 점을 퍼뜩 깨닫고,

어디까지나 놈들이 하라는 대로 복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퍽, 하는 소리와 함

께 소년은 두 다리가 금시에 꺾여진 사람 모양 긴 상 앞에 털썩 꿇어앉았다.정여룡이 두

눈을 부라리며, 준엄한 음성으로 질문을 했다.”네 이놈! 네놈이 허구한날 봉명루 누각 높

은 곳을 남몰래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마생은 넓적다리가 호되게

아팠지만, 꾹 참고 눈살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이 태연히 대답했다.”아무런 까닭도 없습

니다! “”와하하하‥‥‥ 핫‥‥‥ 핫‥‥‥ 핫! “미친 사람의 웃음소리 같은 음향이 정여룡의 입에

터져 나왔다. 그는 더한층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이놈! 내가 속을 줄

알구? 바른 대로 말해라! 어떤 놈이 네놈에게 시켜서 한 짓이지? 봉명루 안의 비밀을

탐지해 달라는 어떤 놈의 꾐에 빠져서 그런 짓을 했지?”‘봉명루 안에 비밀이 있다?’

마생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놀라운 말이었다. 그는 언제나 그 한 덩어리의

보랏빛 가벼운 구름 같은 미모의 아가씨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각 높은 곳

을 넋잃고 치올려다보곤 했을 뿐이었다. 이제 젊은 장주의 입에서, 그 누각 위엔 비밀

이 있다고 하니…마생은 가슴속이 뜨끔했다.내심 곰곰 생각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