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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었다.비바람이 어느 틈엔지 그쳤고, 들창 밖으로 어슴푸레하게 몽롱한 광선
이 다가들었다.땅딸보 노인은 술 한 주전자를 다 마시고, 자못 거나한 기분으로 기
지개를 켰다. 몸을 일으켜서 침상으로 올라가 잠을 자려고 했다.이때 돌연, 노인은 시
체가 들어 있는 방으로부터 뭣인지 바스락대는 것 같은 음향을 들었다.가슴속이 뜨끔
했다. 몸을 홱 돌이켜서 그쪽으로 가보려고 했다.그러나 뉘 알았으랴! 대들보 위에 매
달렸던 기름등잔이 번쩍하고 떨어졌다. 잇달아 노인의 목덜미에서는 일진(一陣)의
무시무시하고 싸늘한 바람이 쉭, 하고 일어나더니 그대로 등줄기를 후려갈겼다.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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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보 노인은 감히 고개를 돌이켜 보지도 못했다.내심 곰곰 생각만 하고 있었다.‘어
찌 된 셈일까? 정말 송장이 제멋대로 움직였다는 건가?’이 궁리 저 궁리하면서 눈을
번쩍 떠서 앞을 바라봤을 때, 왼쪽 벽 위로 사람 그림자가 휙, 하고 어른거렸다.
그 그림자는 수의(壽衣), 수모(壽帽)를 분명히 곁들이고 있었다. 그러면 자기의 바로
등덜미엔 한 구의 시체가 버티고 서 있다는 건가?땅딸보 노인은 시체를 끌고 다니며
밥을 벌어먹는 사람이지만, 이때만은 가슴속이 섬뜩했다. 그리고 이 순간에는, 분명
히 어떤 사람이 자기의 등덜미에서 모질게 찬바람을 휙휙 몰아치고 있는 것 같은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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낌을 부인할 수 없었다.이쯤 되고 보니 땅딸보 노인도 혼비백산, 그러나 결국 노인은
송장과 더불어 종신토록 살아나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었다.노인은 애써서 마
음을 든든히 가라앉히고, 두 손을 천연스럽게 휘둘러서 뭣을 쫓는 듯, 입으론 중얼중
얼, 왕년에 그의 스승이 가르쳐준 경시귀위(鶩屍歸位)라는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리
고 한편으로는, 눈초리를 비스듬히 옆으로 흘려서 땅에 떨어진 기름등잔 때문에 벽 위
에 뚜렷이 어른거리는 송장의 그림자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러나 노인이 아무리 주문을
중얼대도 그 송장의 그림자는 꼼짝도 하지 않고 벽에 붙어 있었다.그러나 그 뿐이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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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의 그림자는 두 손을 천천히 높이 쳐들어서 열 손가락을 활짝 펼치고 자기를 움켜
잡으려 덤벼드는 것만 같았다.노인은 전신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겁을 집어먹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무시무시한 순간에, 노인의 머리 속을 번갯불처럼 스쳐 나가는 생각이 있
었다. 왕년에 그의 스승이 가르쳐 준 말이었다.”절대로 달아나지 마라! 주문을 외도 송
장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거든, 혀를 깨물어 피를 시체에 뿜어서 쓰러뜨려라!”땅딸보
노인은 오랜 옛날에 스승의 곁을 떠나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두 가지 사문(師門)
의 비결을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밤만은 이런 비법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첫째 비법으로 아무리 주문을 외어 봐도 끄떡도 하지 않으니, 이제는 둘
째 비법을 쓰는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노인은 갑자기 혓바닥을 빼물고 아픔